광산구민 10여 명 참여 즐거운 시간
구민영 작가 맞춤형 지도로 호응
축축한 흙의 점성에 호기심 가득
반죽 물레 돌리며 원하는 형태로
완성된 작품 자신 이름 새겨 뿌듯
1년동안 반상기 세트 제작 목표

자연을 구성하는 수만 가지 요소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은 것을 준 것은 단연 '흙'이 아닐까. 우리는 흙으로부터 작물을 얻고, 흙으로 집을 지으며,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흙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광주 남구에 자리한 빛고을공예창작촌은 공예인들을 위해 마련된 창작공간이다. 전통공예와 현대공예가 공존해 현대인들의 감각과 수요에 맞는 공예품을 만나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현재 33개소의 작가 공방과 분야별로 체험실이 완비돼있다.
최근 방문한 빛고을공예창작촌 구민영도예연구소에서는 다올 광산구 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의 발달장애인 10여 명이 도자기 물레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축축한 흙을 만지자 생경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에 체험실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도자기, 남녀노소 쉽게 만들어요
2008년부터 빛고을공예창작촌에 입주해 작가이자 강사로 활동 중인 구민영 작가는 20년 전 도자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림을 전공한 그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그리고, 만들고, 직접 사용까지 할 수 있는 것이 도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흙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 작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도자기 물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처음에는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강좌도 마련했으나, 상대적으로 체험의 기회가 적은 취약계층들에게 도자의 매력을 알려줄 때 가장 뿌듯함을 느껴 취약계층 전문으로 강좌를 진행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날 빛고을공예창작촌을 찾아온 발달장애인 외에도 치매 노인, 중증 장애인 등 평소 공예 체험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끝없는 인내를 요한다. 흙 반죽을 물레에 돌리며 그릇의 형태를 만들고, 건조한 뒤 초벌과 재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도자기 그릇 하나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약 한 달이 소요된다. 도자기를 빚을 때도 아주 조금의 강약 조절로 인해 형태 변형이 일어나므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구 작가는 누구나 쉽게 그릇을 만들 수 있는 도자 공예 강좌를 펼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초등학생도, 노인도, 손이 한 개뿐인 사람도 도자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가 직접 물레 앞에 함께 앉아 그릇의 성형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말랑한 흙이 단단한 그릇이 되기까지
프로그램 시작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체험실로 향하는 들뜬 발걸음이 이어졌다. 다올 센터의 프로그램 일정은 매달 1회로, 이날은 첫 시간이자 도자기 밥그릇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1년여간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식기, 면기, 컵 등 식사에 필요한 모든 그릇을 완성해 '반상기' 세트를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체험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자 강단에 선 구 작가가 흙을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 말랑말랑한 흙을 가마에 구우면 엄청 단단해져서 여러분이 사용하는 그릇이 돼요."
가마에 들어가기 전의 흙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는 거리가 먼, 부드럽고 말랑한 촉감이었다. 구 작가는 체험자들에게 흙을 조금씩 떼어 나눠주며 흙의 점성을 오롯이 느껴보게 했다.
"이게 단단한 그릇이 된다고요?"
흙을 이리저리 반죽하듯 조물락거리며 부드러운 제형을 피부로 체험하던 수강생들은 그릇을 빚기 전부터 눈망울이 반짝였다. 하트 모양, 별 모양과 같이 섬세한 손길로 아기자기한 모양을 만들어 흙과의 첫 만남을 마쳤다.

"흙이 물에 빠졌을 때 나는 소리 들어본 적 없죠?"
이어 구 작가가 물이 담긴 유리컵에 흙을 퐁당 빠트리자 다시 수강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흙이 물에 빠졌을 때 특유의 소리가 난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된 수강생들은 컵에 귀를 대고 물과 흙이 만나 만들어내는 독특한 화음에 귀를 기울였다. 한 수강생이 방귀 소리 같다며 키득거리자 다른 수강생들이 따라 웃었다.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빚는 순서가 다가왔다. 구 작가는 도자기를 두 번 구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 번만 구운 자기를 직접 부쉈다. 초벌만 한 그릇은 단단하지 않아 힘을 조금만 줘도 쉽게 부서진다. 또한 건조 역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서, 제대로 건조하지 않은 도자기도 마찬가지로 그릇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물레에 올려진 흙 반죽은 언뜻 보기에 그릇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구 작가가 물레 앞에 앉아 물레를 돌리며 두 손가락으로 기다란 반죽을 누르자, 처음에는 오목한 컵의 모양이 됐다가 너비가 넓은 식기로 변했다. 손가락 힘의 강세와 누르는 모양새의 차이만으로도 전혀 다른 그릇이 되니, 집중해서 적절한 힘을 실어야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가 있다.
구 작가의 정교한 손놀림에 일부 수강생들은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곧바로 구 작가가 "함께 만들며 도와줄 거니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며 수강생들을 안심시켜주자 수강생들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도자부터 종이·금속·섬유·목공예까지 '다양'
수강생들이 한 명씩 차례로 체험실 앞으로 나와 물레 앞에 앉자, 구 작가가 수강생들의 손을 겹쳐 쥐고 물레를 돌려 준비된 흙 반죽을 함께 누르며 도자기를 빚기 시작했다. 차갑고 미끈거리는 어색한 느낌에 수강생들이 서툴게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도 구 작가의 지도로 반죽은 금세 근사한 식기의 모양새를 서서히 갖춰갔다.
"밥 많이 먹어요, 적게 먹어요? 밥 먹는 만큼 그릇을 크게 만들면 돼요."
구 작가의 질문에 한 수강생이 "엄청 많이 먹는다"며 얘기하자, 수강생의 답변에 맞춰 너비가 좁았던 식기는 크기를 더욱 넓혀갔다.
식기의 모양새가 완성되자 수강생들은 나무 꼬치를 들고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렇게 완성된 그릇은 유약을 바른 뒤 건조와 구움의 과정을 거쳐 한 달 후에 비로소 단단한 식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날 도자기 물레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영임씨는 "오늘 처음 도자기를 만들어봤는데, 말랑말랑하고 시원한 느낌이 좋아서 또 하고 싶다"며 "다음번에는 좋아하는 하트 모양을 새긴 컵을 만들어 음료수를 따라 마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수강생 김용호씨는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선생님이 하시는 것만 봤을 땐 되게 어려워 보였는데, 막상 만들어보니 쉬웠다. 라면을 좋아해서 면기를 라면을 담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구 작가는 프로그램 운영의 가장 큰 목표가 체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그릇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직접 만듦으로써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시 세끼를 먹으면 일 년에 천 번도 넘게 사용하는 그릇이지만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또 "공예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분들이 모두 자신만의 그릇을 만드는 날까지 계속해서 체험 강좌를 진행할 생각이다"고 미소 지었다.

빛고을공예창작촌은 공방별로 상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구민영 작가가 운영하는 도자공예 외에도 종이공예, 금속공예, 목공예, 섬유공예, 기타공예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다양한 공예 작품들을 직접 만들고 구매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매년 9~10월 중 도자기 굽기, 횃불 공연, 공예체험, 로컬푸드 장터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되는 '빛결요 전통가마소성' 프로그램과 '갤러리 빛결' 전시실 등을 운영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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