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년 고통 생생... 아픈 역사 반복 투표로 막아야죠"

입력 2025.06.03 18:09 임창균 기자
5·18기록관 특별기획전 '관심'
인천·대구 등 전국서 잇단 방문
비상계엄 저항 바탕 '광주정신'
민주화 소중함 일깨우는 계기
투표 이후 '산 민주교육장'으로
갈등 극복 새 대한민국 '한목소리'
3일 오전 5·18기록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소년이 온다' 기획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80년 5월 '소년'과 함께 하는 6·3대선]

1980년 5월 광주를 지킨 소년 동호는 12·3 비상계엄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디딤돌이 됐다.

광주를 겪었던 이들의 수많은 기록과 증언이 있었기에 5·18은 잊히지 않았으며, 오월 광주와 소년의 정신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2016년 촛불 시위로 이어졌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때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MZ세대가 응원봉으로 타오르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는 '그 때 그 소년' 동호가 있다. 이곳은 5·18과 관련한 수많은 자료를 보존하고 있는 전시관이자 45년 전 가톨릭센터로 5·18을 목격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지난 4월 29일부터 특별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 19일까지 진행되는 5·18 45주년 기념특별전 '소년이 온다'는 다양한 기록물을 통해 소설 속 동호와 등장인물들이 겪은 아픔이 실제 일어난 일임을 말해 주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에는 투표를 마친 후 '소년 동호'를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들이 잇따라 의미를 더했다.

아이들의 학교 과제를 위해 함께 방문한 가족들부터 당일치기 여행 중인 대학생과 직장인 등 다양한 이들이 이곳을 찾았으며 광주뿐만 아니라 인천, 대구에서도 기꺼이 먼 길을 달려온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전시실에 마련된 다양한 기록물과 영상을 살펴봤으며 80년 5·18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글들을 원고지에 적어 전시실 한쪽 벽면에 붙이기도 했다.

방문객들은 "이 땅에 다시는 소년 동호가 겪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계엄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3일 오전 5·18기록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소년이 온다' 기획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광주 북구 문흥동에 사는 박정아(44·여) 씨는 딸 김태니(13)·김태휴(10)양의 학교 과제를 위해 이곳 전시실을 찾았다. 많은 장소 중에 5·18기록관을 고른 데에는 큰아들인 김태양(18)군의 조언이 있었다. 아들은 어린 동생들이 작품을 읽으면 너무 마음 아플 것 같아 '소년이 온다' 책을 사놓고도 전하지를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이곳 기획전시를 관람한 후 가족들에게 추천한 것이다.

박씨는 "고3인 아들도 사전투표일에 처음 투표를 했다. 휴일 여동생들의 과제도 신경 쓸 만큼 마음 착한 오빠다"며 "어쩌면 이번 투표에서도 소설 속 동호와 같은 어린 친구들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투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 기획 특별전에 붙어 있는 원고지

인천에서 광주를 찾은 가족도 있었다. 주지원(39·여)씨는 사전투표를 인천에서 마치고 아들 박윤(12)군과 함께 광주를 찾았다. 전시관을 둘러본 박군은 원고지에 '5·18 그날의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꾹꾹 눌러썼다.

주씨는 "평소 역사 공부에 관심 많은 아들을 위해 이곳 5·18 기록관이랑 다른 사적지를 찾아볼까 한다"며 "아직 '소년이 온다'를 읽히진 않았는데 아빠랑 영화 '서울의 봄'도 봤다며 자기는 괜찮다고 그런다. 민주화에 대한 소중함을 잊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이재용(27)씨도 인천에서 소년을 찾아왔다. 이 씨는 광주 방문이 처음이다.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가 5·18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그를 설득했고, 친구를 만나기 전 이곳 5·18기록관을 먼저 들렀다.

3일 오전 5·18기록관을 찾은 학생이 '소년이 온다' 기획 특별전에서 원고지에 글을 작성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 대한민국은 세대간, 이념간 갈등이 너무 극에 달했고 특히 지난 12·3계엄은 이를 더욱 증폭시켰다고 생각한다"며 "80년 오월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은 것은 너무 다행인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계엄을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김민우(23)씨는 사전선거일 투표를 대구에서 하고 이날 광주까지 찾아왔다. 수업을 통해서만 근·현대사를 배운 김씨에게 광주시민들의 아픔은 공감하기 어려운 역사책 속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12·3계엄을 겪고, '소년이 온다'까지 읽고서야 왜 광주시민들이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고 한다.

3일 오전 5·18기록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소년이 온다' 기획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는 왜 계엄이 조용히 넘어가서는 안될 일인지 알고 있다"며 "과거를 직접 산 것은 아니지만 소설 속 동호를 통해 수많은 아픔을 알 수 있었다. 그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열여섯 동호가 45년의 시간을 지나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한쪽 벽면에 새겨진 소설 문구를 한참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밝은 쪽으로 가기 위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선택의 날. 방문객들은 소년과 함께 건강한 대한민국이 찾아오기를 소망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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