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미지의 세계였던 도슨트··· 한계 부수니 또 다른 내가 보였죠”

입력 2026.09.09 16:23 김현주 기자
방미주 시각장애인 육상선수의 특별한 도전
이강하미술관 5·18 기획전 도슨트 활동
“녹음본 외우고 동선 익혀 맞춤형 설명”
발달시각장애인 관람객들들과 깊은 교감
전국장애인체전 참여 '기록 경신' 목표

“젊었을 땐 스스로 한계를 뒀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다고 해도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는다면 삶은 예상보다 훨씬 넓고 다채롭게 펼쳐진다. 육상 필드 위에서 땀을 흘리다가도 무대에서 스틱을 잡고,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에게 예술의 감동을 전하는 이가 있다. 한국전력 소속 육상 필드 선수이자 여성 락 밴드 ‘아모르파티’의 드러머, 그리고 최근 도슨트 도전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방미주(47·시각장애 3급) 씨의 이야기다.

방 씨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6주년 특별전 ‘새로운 창작, 미래의 유산’ 전시에서 7월 한 달간 도슨트로 활약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장애인복지관 팀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도전은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늘 도움을 받는 입장에 익숙했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안내하는 ‘주체’로 나선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도슨트’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미대를 나온 언니 덕에 그림은 친숙했지만, 해설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무턱대고 해보자”는 특유의 도전 정신이 발동했다. 이선 학예실장이 녹음해 준 작품 설명을 1~2주일 동안 끊임없이 들으며 외웠고, 몇 번이나 전시장을 찾아 동선을 익히며 사전 연습을 거듭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촉각 작품이 많아 시각장애인과 발달장애인 관람객이 유독 많이 찾았다. 방 씨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한층 촘촘한 맞춤형 해설을 선보였다. 일반 관람객에게는 설명글을 참고하도록 안내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작품의 주제와 취지를 요약해 생생한 언어로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관람객의 연령과 대상에 맞춰 단어를 선택하는 여유도 생겼다. 지역 독립책방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 도슨팅(Docenting)의 긴장감, 해설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던 발달장애 아이들과의 만남은 그에게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방 씨의 활약은 미술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2021년 시작한 육상 필드 종목(F12)에서 2022년 한국 신기록을 세웠던 그는, 오는 11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선다.

“젊었을 때는 스스로 한계를 두고 ‘나는 할 수 없을 거야’라며 주저하곤 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단 해보자’로 바뀌었죠. 운동도, 도슨트도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해 성과를 얻으면서 제 자신이 한층 더 성장함을 느낍니다. 부상 없이 하던 대로 임해 이번 체전에서도 내 안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습니다.”

방씨는 장애라는 익숙한 편견을 깨뜨리고 보이지 않는 한계 너머로 나아가고 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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