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의병은 적을 치고 조국의 산에 묻히는 것"

입력 2023.09.13 19:40 최민석 기자
김남철씨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 출간
1895년부터 20년 동안 곳곳 활동
1909년 전국의병 60% 호남의병
이념·신분·지위 아랑곳 없이 봉기
의병정신은 오늘 대한민국 모태

'의병'은 말 그대로 의(義)의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구한말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구랄 것도 없이 그저 민족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의병 특히 호남의병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역사 교사 출신 김남철씨가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살림터刊)를 펴냈다.

'한말의병'은 1895년부커 1915년을 전후한 시기에 일제에 맞서 투쟁한 의병들을 말한다.

당시 우리 국토는 일본 군경과 맞서 싸운 의병의 함성과 피비린내가 그칠 날이 없었다.

특히 전남·전북의 산천과 들판은 의병들의 피와 눈물로 내내 얼룩졌다.

1909년 한 해 일어난 전국 의병의 60%가 전라도 의병이었다.

그러나 한국사 교과서에서 남도 한말의병은 너무나 작게 다뤄졌다. 또 전문 연구자의 몇몇 연구서 외에 이해를 위한 책을 찾기 어렵다.

저자는 지난해 출간한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살림터刊)에 이어 이번 저술에서 저항의 역사, 의병의 역사, 이중 주축을 이룬 호남의병의 자취를 통해 수많은 한말의병의 삶과 행적을 되살렸다.

그는 남도 한말의병이 일어난 시대 상황과 배경, 일제의 가혹한 탄압에도 피 흘려가며 최후까지 싸훈 남도 한말의병의 의로운 활동에 주목했다.

저술을 위해 많은 현장을 답사하고 후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의병장들의 업적과 후손들의 힘들고 애절한 삶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한국 근대 민족운동의 한 줄기인 의병전쟁은 일제의 국권 침탈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투쟁이다.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씨운 의병들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는 이념도 신분도 지위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직 이들에게는 단 하나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이를 두고 호남의 대표적 의병장 심남일은 "의병은 아침에 적을 치고 저녁에 조국의 산에 묻히는 것"라고 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을 역임한 박은식은 의병을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민군(民軍)"이라 규정했다.

평범한 머슴살이를 하던 안규홍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담살이를 청산하고 의병 전선에 투신했다.

이렇게 1907년 전라도 곳곳에서 의병이 봉기했다.

안규홍은 "비록 우리가 남의 집 머슴살이지만 국민이 되기는 일반인데, 나라가 위급한 때를 당하여 농가에서 구차하게 살 것인가"라며 기병했다.

그를 따르는 무리는 대부분 머슴이거나 가난한 농민 출신이었다.

의병장 대부분이 양반 유생이던 당시 머슴 출신 의병장은 특별한 경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첩첩산중 바람골 동굴에 숨어 있던 의병장들은 밀정들의 고발로 일경에 붙잡혔다.

친일파보다 더 악질적인 밀정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KBS 탐사 보도에서만 895명의 밀정 명단이 밝혀지기도 했다.

면암 최익현은 일본 경찰에 붙잡혀 대마도로 압송돼 곡기를 끊고 저항하다 삶을 마감했다.

그는 우리에게 지금 묻는다.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라고 말이다.

의병들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며 조국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죽어갔다. 이들의 희생은 독립운동으로 이어졌고 그 얼과 정신, 업적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대한민국을 만든 자양분이 됐다.

우리가 호남의병을 기억해야 할 이유다.

김남철씨는 나주 출생으로 전남대 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한국교원대 대학원 역사교육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전남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남 노화종고, 여천고, 부영여고, 여수화양고, 완도수고, 노화고, 나주고, 전남과학고, 완도고 등에서 30년 넘게 한국사와 세계사를 가르쳤다. 전남역사교사모임 회장과 전국역사교사모임 부회장을 역임했고, 통일교육, 독도교육 실천과 남도민주평화길을 주관했다. 나주학회 이사,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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