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삶
고향과 어머니와 살았던 유년
막힌 담 허는 마음으로 쓴 글
성찰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살피는 과정을 말한다.
그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잘못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며 용서를 빌고 용서하는 화해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김정자 수필가가 최근 수필집 '삼모작 씨앗을 뿌리며'(월간문학출판부刊)를 펴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문예지에 기고했던 작품들과 신작으로 반반씩 모아 총 4부에 글들을 담았다.
각각의 장에는 자신의 삶에서 지향하는 삶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내용과 최근 일상에서 보고 생각했던 것들, 지나온 시간 속 한 일 중에서 중점적이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기쁘고 수행한 일들에 대한 단상들을 적었다.
이어 사회생활에서 어울리고 즐기며 경험한 것과 귀농에서 접한 자연에서 어우러진 삶, 고향과 어머니 여기에 어린 시절을 말하는 사사로운 기쁨을 주는 내용과 지금 즐기고 있는 것을 글로 풀어냈다.
김 작가는 표제작 '삼모작 씨앗을 뿌리며'에서 은퇴 후 기독교인으로 종교에 전적으로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찬양 율동신학교에 입학, 4년 동안 학업을 마치고 전도사가 된 과정을 들려준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 인생 2모작이라 할 수 있는 찬양 율동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뜻밖의 걸림돌을 만나 막힐 줄 알았던 일상은 지난 2002년 11월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PEN 한국본부 주최 제8회 세계 한글작가대회에 회원 자격으로 참가한 일이었다.
행사 참가 자체로 기쁨이 가득했고 우리나라에서 우리 한글로 세계와 소통하는 일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 더할 수 없는 삶의 활력소였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수필 '종이책의 미래와 작가의 일'을 보자.
그는 작가의 작품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문학작품이라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으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인 작가가 책을 쓰지 않고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작품을 썼을 때 훨씬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간의 삶이 지속되는 한 변화되어 가는 우리의 뇌는 표현 욕구 또한 변하게 하지만 이것이 글을 계속해서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한다.
작가의 시선은 일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2017년 9월 방문한 태국 북부 탁주의 메솟에서 그는 미얀마의 카렌족을 만나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
이들이 내전으로 쫓겨와 터를 잡은 '멜라 난민촌'의 실상을 보며 자신이 겪은 6·25 전쟁과 피난민들의 삶을 마음 속 영상으로 떠올렸다.
그는 참담한 마음이 발걸음을 붙잡는 시간 속에서 하루 빨리 남북통일이 찾아오기를 염원했다.
어머니로 살아온 시간들을 반추하며 아무리 삶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다른 사람이 힘들어할 때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족과 친척들까지 챙기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친모를 떠올리며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정자 수필가는 "'막힌 담을 허시고'라는 노랫말이 입안에서 뱅글뱅글 맴돌는 것이 어쩌면 내가 글을 스는 이유인 듯 싶다"며 "모든 사람들과 막힌 담을 헐고 싶은 마음이 꽃봉오리로 맺혀 있는 매화처럼 독자 앞에 수줍은 모습으로 섰다"고 말했다.
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전남대를 나와 목포대 교육행정학 석사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수학과 연수, 영국 캠브리지대 수학과 연수를 마쳤고 오랫 동안 교편을 잡았다.
저서로 '피보나치 꽃잎 되어' '꽃보다 내 인생Ⅱ' 등이 있고 현재 광주문협과 한국문협 회원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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