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 지음|따비|364쪽
역사 상상력 통해 시대 읽어내야
사건 원인 등 확실한 개념 정립
고대 왕부터 현대 전태일까지
인물 주목하며 맥락읽기 강조
'과거와 현재의 대화' 인식 속
세대간 다름 인정해야 주장도
'역사학은 조각나고 시간적으로 단락이 존재하는 사료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감추어지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발굴해서 독자에게 전해야 한다. 역사가의 임무다.'
'역사를 읽는 법'의 저자 류시현은 시험이나 암기 과목을 통해서가 아닌 역사가 주는 '지혜'를 찾아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일반적인 한국인에게 역사 공부는 크게 두 가지를 목표로 한다. 하나는 수능의 '한국사' 과목에서 높은 등급컷을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업을 위해 필요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급수를 따는 것이다.
후자의 시험은 지원자가 많아 점수 대란이 일기도 하고, 관련 교재나 인터넷 강의 스타 강사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덕(역사 덕후)'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 수기도 올라오고 초등학생들의 도전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 역사 공부의 중심에는 '시험'이 있다. 그리고 시험이 목표가 된 역사는 암기과목으로 다가갈 공산이 크다.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고조선의 영토를 그려보라'는 질문을 던지고, '국경은 무엇인가?', '근대적 국가 개념에 입각한 영토 개념을 고조선의 역사에 적용할 수 있는가?'라며 질문을 이어간다. 질문은 책 곳곳에서 등장한다.
'5·18의 원인은 5·17일까, 12·12일까? 혹은 10·26일까? 아니면 1970년대 박정희의 유신 독재일까?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다면, 전두환의 쿠데타와 5·18은 없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가정, 역사 추체험(다른 사람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느끼는 것)을 통해 인물과 사건, 시대를 좀 더 풍부하게 읽어내고자 제안한다. 즉,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시대를 읽어내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의 관계 등을 되짚어 개념을 단단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사를 읽는 법'에는 왕건, 세종, 고종 등 익히 알려진 왕부터 독립운동가 김구, 안중근, 신채호, 그리고 현대의 전태일까지 많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한다. 군사력도 세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리더십과 포용성을, 세종이 업적을 쌓는 데 뒤에서 힘이 돼줬던 태종의 조력을 주목하며 맥락 읽기를 강조한다. 또한, 김구와 이승만, 이광수와 최남선과 홍명희를 묶어 살펴보며 시대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묻는다.
저자는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므로 멀지 않은 세대 간에도 나타나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저자가 1987년 6월 항쟁에 관한 수업을 할 때 가르치는 이에게 1987년은 직접 경험한 시대인 반면, 배우는 이들에게는 아직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즉, 선생에게는 과거의 '경험'이고 학생들에게는 과거의 '역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태어나기 전의 사건을 역사로 이해한다. 역사를 대할 때는 세대마다 이해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반면, 최근 우리는 과거 제국을 경험했던 국가들에서 급진적인 세력들이 일으키는 폭력 사태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저자는 '과거의 부활'이라는 영광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영광을 부활하자면서, 당대의 모순을 감추고 타자에 대한 공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라떼'로 대표되는 일상의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역사는 당대의 과제, 즉 현재성의 물음을 해결해야 하기에 '역사적 교훈', '역사의 현재성', 그리고 '역사교육과 상상력'을 살펴보며 역사 공부의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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