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영 글|서영 그림|비룡소| 148쪽
"낡고 오래된 부엌 친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다정 죽집', 그곳에 찾아든 놀라운 기적과 다정한 비밀이 밝혀진다."
아플 때, 힘들 때, 슬플 때, 외로울 때. '다정 죽집'을 운영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손님들을 위해 평생 고집스럽고 정성스럽게 팥죽을 끓인다. 부엌 친구들도 늘 그 자리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제 할머니 혼자 덩그러니 다정 죽집에 남게 되고, 심심한 맛의 팥죽을 찾는 손님들도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보름 후면 가게 문을 영영 닫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부엌 친구들이 가게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가마솥'이 이야기의 화자로서 이야기를 맛있게 끓여 낸다.
말하고 움직이는 부엌 친구들도 특별한 만남을 선사한다. 가마솥과 주걱, 사발과 홍두깨 그리고 인두는 다정 죽집의 세월을 함께해 온 부엌 친구들이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 팥소를 얻어먹고 가던 길고양이 '팥냥이'가 어느 날 꾹꾹이를 해 주고 간 이후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된 부엌 친구들은 앞으로 보름 후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건물 주인아저씨의 통보에 벼락을 맞은 듯하다. 버려질 위기에 처했지만, 다정 죽집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던 부엌 친구들에게 팥냥이가 웬 쪽지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 쪽지에는 새벽 4시 가게 문 앞에 배달되는 식빵을 이용해 '고양이빵'을 만들라는 내용과 함께 자세한 레시피가 적혀 있다. 성격도 제각각, 의견도 분분한 가운데, 난생처음 빵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엌 친구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과연 이 빵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언제나 다정 죽집'은 타인에게 베푼 작은 다정함이 돌고 돌아 더 커다란 다정함으로 되돌아오는 아름다운 순환을 보여 준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 바쁜 날들 속에서 다정함은 결코 쉽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다. 꾸밈없고 한결같은 '다정 죽집'의 존재는 우리가 잊기 쉬운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지루해 보이지만, 성실하게 이어온 반복된 하루가 결국 내일의 기적으로 돌아온다는 위로와 진실을 전한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만난 기적이 마음을 잊을 수 없는 따듯한 향과 맛으로 채워 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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