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활동 42년 만 첫 시집 발간
폐결핵 말기·직장암 통해 체감
'인간 생명 존엄성' 주제 노래
30일 금남로서 출판기념회 개최

'…//마음 둘 곳 없는 포근한 봄날이었다//절정의 붉은 동백나무 아래/절명하는 염화의 미소를 바라보며/오래도록 무릎을 숙이고 있었다//오래된 푸른 비밀을 풀어내기 시작했다'(시 '푸른 비밀' 중)
지난 2019년 광주전남작가회의 기관지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수 시인이 최근 첫 시집 '끝내 미안하다 말하지 못했다'(시와시학)를 펴냈다.
김수 시인은 '광주젊은벗들' 동인으로 활동하며 1983년 열린 '제2회 광주젊은벗들 시낭송의 밤'에서 '부활', '너는 누구냐' 등을 발표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섰다. 사실상 첫 문청 생활을 시작한 지 42년 만에 첫 시집을 내놓은 셈이다.
일흔을 바라보는 그는 왜 이제야 시집을 내게 됐을까. 계기는 2년 전 직장암 판정이었다. 젊은벗들 활동 이후 군에 입대해 1980년 5월을 마주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그 뒤로 문학과 멀어졌다. 그러다 2019년 다시 '작가'지를 통해 시인의 삶에 발을 들였지만,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시인은 "2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놓았던 펜을 다시 쥐었다"며 "스스로 위로해주고 싶은 시간을 가진 후 용기를 내 첫 시집을 준비하게 됐다. 시집에는 투병 생활 중 썼던 시의 3분의 2 가량이 실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에는 총 54편이 4부로 나뉘어 실렸다. 1부는 암 투병의 기록, 2부는 세월호·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비극과 역사적 사건을 담았다. 3부에서는 시인의 삶을, 4부에서는 미래를 향한 성찰을 주제로 한 시를 게재했다.
특히 3부에 실린 표제작 '끝내 미안하다 말하지 못했다'와 '푸른 비밀', '암 선고받던 날'은 폐결핵 말기 환자로 지냈던 유년기와 암 투병 시절 등 시인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순간들을 되짚는다. 상처의 시간을 시를 통해 감각하게 만들며, 인간의 존엄을 다시 선언하는 독특한 윤리적 미학을 드러낸다.
'몰랐습니다//내 몸이/생명을 활짝 피우는 꽃밭인 것을//정말 몰랐습니다//내 몸이/매 순간 사랑의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시 '암 선고받던 날' 중)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나브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세포처럼 나의 작품도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단 한 편의 시가 누군가의 슬픔에 위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전했다.
백수인 시인은 해설에서 "김수 시인은 마음의 눈으로 오늘의 사회와 역사, 그리고 인간 존재의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며 "그의 시는 독백이면서 동시에 응답이고, 명상이면서 동시에 선언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고 평했다.
현재 (사)광주평화포럼 대표로도 활동 중인 김수 시인은 시 창작과 더불어 평화·인권 운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시인은 시집 출간을 기념해 오는 30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다목적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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