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책

광복절 앞두고 시로 바라본 경계와 기억

입력 2026.08.12 11:11 최소원 기자
김정훈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
韓·日 역사와 미래 시로 표현해
일본 시 전문지에 신작 시도 발표
일상의 풍경으로 오월 광주 조명
김정훈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기억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이 잇따라 발표돼 눈길을 끈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최근 두 번째 창작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를 출간한 데 이어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 8월호에 신작 ‘연록의 소망’을 발표하며 한일 양국 사이의 역사와 기억을 시로 풀어냈다.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는 한국과 일본, 과거와 현재, 상처와 치유 사이에 놓인 ‘경계’를 주요한 화두로 삼는다. 표제작 ‘해협 사이에 서서’에서 해협은 서로 다른 언어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마주 서서 상대를 바라보고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시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너의 눈은/ 육지에서 섬을 비추는 불빛/ 구석구석 살피고/ 이쪽저쪽 들여다본다’(시 ‘해협 사이에 서서’ 중)

시인은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면서도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그 너머에 놓인 공존과 함께 바라볼 미래를 묻는다.

시집은 1부 ‘말과 침묵 사이’, 2부 ‘국경 너머로’, 3부 ‘사이에 선 풍경’, 4부 ‘일상의 위로’ 등 4부로 구성됐다.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 8월 호.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시인·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사이’라는 시공간에 있기에 시인이 말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담론을 확보한다”며 “제목 자체가 이 시집이 말하려는 바를 모두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명한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은 추천사에서 “김 시인은 한일 문학의 상호 교류와 번역 활동 등을 통해 느낀 소회를 바탕으로, 해협을 정시하는 소통의 메시지를 새기고 있다”며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곱씹으며 우리가 마주한 모순의 크기와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시와 사상’ 8월호에 실린 ‘연록의 소망’은 광주 월드컵경기장 인근 시문학공원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비둘기와 풀꽃, 따뜻한 봄바람 등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광주의 5월을 상징하는 평화의 바람이 해협 너머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정훈 시인.

시인은 광주의 5월과 한일 양국 사이의 해협을 연결하며 과거의 상처가 머문 공간을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인의 지향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출간되는 ‘2026 시와 사상 시인집’에도 김 시인의 작품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록된다. 수록작 ‘K-POP의 거리, 쓰루하시’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쓰루하시를 배경으로 1세대 재일코리안의 이주 기억과 3세대 아이들의 현재를 연결한다. K-POP을 비롯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재일코리안 공동체의 삶과 정체성을 담아냈다.

1962년 무안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문학 연구와 함께 한국 저항시를 일본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이어왔다. 마쓰다 도키코의 ‘조선 처녀의 춤’을 비롯해 한국의 저항시와 5월문학을 일본에 소개했으며, 그가 편저한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는 2023년 일본 도쿄대생이 고른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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