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메세나 정신, 청년작가에 빛을 비추다

입력 2023.03.24 16:43 김혜진 기자
시립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위상의 변주' 28일~7월16일
강원제·김덕희·안준영·유지원
이분법적 개념에 의문 던져
오픈식 하정웅 선생 내외 참여
강원제 작 'NO.2760(Chaosmos)'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은 광주 미술 발전을 위해 자신의 소장품 2천603점을 기증한 하정웅 선생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2006년부터 비어있던 옛 도지사 공관을 활용해 분관 상록전시관으로 활용하던 것을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7년 재개관했다.

하정웅 선생이 수천점의 소장품을 기증하며 당부한 한 가지는 청년 작가 발굴, 육성이었다. 그가 재일 작가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작가로서 꽃필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의 연장선상일테다. 이에 시립미술관은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을 2001년부터 매년 '빛'이란 제목 아래 열고 있다. 각 지역별로 공립미술관의 추천을 받아 우리 지역 청년 작가 1명을 포함해 총 4명의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2회 개최된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그동안 115명의 작가를 배출한 바 있다. 23회째를 맞는 올해, 또 한 번 4명의 청년작가들을 '위상의 변주'라는 타이틀 아래 조명한다.

'위상의 변주'는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가치들이 어떻게 변주하는지를 발견해보는 자리다. 지난해 12월 지역 대표 공립미술관 추천과 세미나를 결정된 4명의 청년작가 강원제(대구), 김덕희(부산), 안준영(전북), 유지원(광주)의 작업에는 각각 다른 키워드이나 이분법적 대립이 존재한다.

강원제는 회화의 완성과 미완성, 완결된 이미지와 그리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예술 형식에 근원적 의문을 제기한다. 작품의 결과보다는 아이디어나 제작 과정을 중시하는 미술 사조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완성에 다다를 때면 또다시 해체하고 그 지점에서 다시 작업을 시작하며 순환한다.

유지원 작 '모던하우스(Modern House)'

유지원은 삶의 터전과 폐허, 쾌적한 도시의 삶 이면의 소외와 파괴를 시각화한다. 폐허의 조각을 재조합해 '가치의 재구성'을 메시지로 한다. 버려진 것을 예술 공간이라는 제도 안으로 다시 들여놓는 행위다. 또 버려진 조각들을 줍는 행위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는 현대 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김덕희 작 '하얀 그림자'

김덕희는 물질과 에너지, 밤과 낮, 혼돈과 질서의 순환을 보여준다. 주로 열을 매개로 열에너지가 물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그의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모든 생명 활동에 필요한 근원의 에너지인 열이 파괴적 힘 또한 갖고 있음을 말한다.

안준영 작 '수역'

안준영은 물리적 존재인 몸과 추상적 존재인 정신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동시대 미술가의 불안감, 그로 인한 신경증과 불면증 등 고통을 반영한 작업을 펼친다. 가는 촉의 펜으로 촘촘하게 그려진 그의 작품은 작은 묘사까지도 놓치지 않아 강박적이기까지 하나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메시지를 날 것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이들 모두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돼 있는 존재로 순환하고 있음을 메시지로 한다.

김희랑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관장은 "전시를 통해 네 명의 작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치의 내용과 그들의 변주 형식, 방법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위상의 변주에 대해 사유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개막식은 28일 오후 4시 30분 열린다. 이 자리에는 하정웅 명예관장 내외가 참석해 청년 작가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명인인 진창현 선생이 기증한 현악기 4종을 연주하는 개막 축하 공연도 진행된다.

전시는 28일부터 7월16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50

공연 전시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