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록·화집 형식 탈피한
매거진 형식 아트북 'HURZINE'
편집자·북디자이너 협업 눈길
"학장을 맡고부터는 파악해야 할 업무가 많으니 정신 없이 바빴어요. 그래도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 아니겠어요."
지난 8일 파주 헤이리에 자리한 갤러리 이레에서 35회 개인전 '가을 짐승의 털끝'을 개최한 허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이처럼 전했다.
허진 작가는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운림산방의 화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다. 전남대에서 한국화를 가르치는 그는 지난 3월 전남대 예술대 학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더니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신작 24점을 추려 관객들에 선보인다. 지난해 9월 서울 신촌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지 9개월 만이다. 이 전시에서는 그의 '유목동물' 시리즈와 '생태순환도' 시리즈, '이종융합동물'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명은 '장자-제물편'에 나오는 '추호지말(秋毫之末·가을철에 짐승이 털갈이를 해서 새로 돋은 털끝보다 큰 것은 천하에 없다)'에서 따왔다"며 "가늘디가는 가을 짐승의 털끝도 비교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클 수 있다는 말인데 '가을 짐승의 털끝'은 상대주의적 관점 뿐만 아니라 상호 연결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 그림 속 표현된 인간, 동물, 문명의 관계를 성찰적으로 바라보자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허 작가는 전시 오픈식에서 아트북 'HURZINE'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과 매거진(magazine)을 합성한 제호를 갖는 이번 아트북은 그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매거진 형태의 콘텐츠다. 허진 작가와 편집자 이근정, 북디자이너 임문택이 협업했다. 여러 필자가 작가를 묘사한 에세이, 비평문, 대표작 소개, 인터뷰 등이 실렸으며 허 작가가 직접 쓴 독창적 연보가 시원한 A3판형에 담겼다. 필진으로는 작가 자신과 문학 전공자 이태리,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이자 미술 비평가인 최석원, 편집자 이근정, 전시기획자 이승훈이 참여했다. 이번 1호 발간을 시작으로 2호, 3호까지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한 사람에 집중해 깊이 있게 작가를 다루면서도 기존의 화집이나 전시도록의 형식을 벗어나 너무 어렵지 않은 글과 경쾌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이 어우러진 것이 이번 아트북이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앞으로 동료 작가의 다양한 작업까지 포용해보려한다. 지역에서는 꽤 새로운 시도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아트북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파주에서의 35회 개인전은 내달 7일까지 이어지며 아트북 'HURZINE'은 스튜디오 포란이나 허진 작가에게 문의하면 구입할 수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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