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거야' 28일까지
따뜻한 이미지의 풍선 통해
작가 내면·기억 담은 신작 등
"몇 번째 개인전인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지만 이번 개인전은 제게는 하나의 전환점이에요. 그동안 해왔던 작업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지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전시가 앞으로 제가 나아갈 방향에 확신을 갖게 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요."
15일 장동 예술공간 집에서 만난 임현채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임 작가는 현재 예술공간 집에서 초대전 '함께 가는 거야 _ There art some beautiful days'를 지난 12일 오픈, 오는 28일까지 이어간다. 기존 드로잉 작품과 신작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그동안 삶의 단편 단편을 화면에 담아왔던 작가는 이번에도 삶 속에서 포착된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이번엔 그 안에 더 깊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커다란 풍선, 귀여운 곰인형과 토끼인형은 소재 자체만으로도 발랄하지만 작가 특유의 차분함과 따뜻함을 머금어 또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때문인지 이날 찾은 전시장 분위기는 따스하고 행복하고 안정된 에너지가 가득했다. 대부분의 작품 중심에는 커다란 풍선이 자리한다. 어떤 풍선은 빵빵하게 부풀어 있기도, 어떤 풍선은 바람이 빠져 푹신한 모양새를 하고 있기도 하다. 바람 빠진 풍선은 표현 자체만 두고 보면 쓸쓸할 것 같지만 편안하고 따뜻해 보이는게 특징이다. 마치 푹신한 이불에 폭 기댄 것과 같은.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꿈 많던 시절' 속 풍선 또한 바람이 빠져있지만 쉬어가는 의미다.
"아주 어린시절 살았던 저희 집 문 앞이에요. 여기엔 그 집과 마을, 제 어린시절을 회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담겨 있어요. 마을어귀에 떨어져있던 밤송이, 제가 신었던 둘리 슬리퍼, 아버지가 부업으로 키우셨던 표고버섯…. 작업을 하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 감정들이 어린 시절로부터 오더라고요. 언젠가는 담아봐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풍선에 바람이 좀 빠져 있지만 대문 위에 내려 앉아 쉬어간다는 의미예요. 제 작품의 바탕이 되는 유년 시절과 현재 사이를 연결하는 것과도 같죠."
이번 작품 속 결을 살짝 달리하는 작품 두 점도 보인다. '조용하게 일렁이는' '울타리가 되어줄게'. 다양한 형태의 옛 주택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작품들이다. 독특한 형태의 집들은 작가에게 기원, 공간의 쓰임, 그 안의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했다. 이에 작가가 오랜 시간 여러 집을 포착하고 관찰하고 해석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내면을 풀어놓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였을 것이다.
"제가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따스함과 행복을 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임현채 작가는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조선대 일반대학원 서양화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2019년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도 활동했다.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오승우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장 한 켠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자신의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당신의 조각을 그려보아요'를 상시 운영하고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 '도란도란 그림 이야기'를 20일 오후 2시와 25일 오후 7시 개최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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