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단 선정 지역 작가 조명전
3D 맵핑·상호작용형 영상·VR 등
다양한 미디어 기법 활용 '눈길'
거대한 스케일 등 보는 재미도

거대한 태풍 비구름이 '우르릉 쾅'하는 천둥 소리를 내며 번쩍 번쩍 빛을 낸다. 이 커다란 구름에 손을 대면 빛과 천둥소리는 더욱 요란해진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에서 열리고 있는 임용현 개인전 '포스트 제네시스(Post Genesis): 새로운 연대'의 풍경이다. 이 이거대한 비구름은 임 작가의 신작 '태풍'. 더 많은 관람객이 구름에 손을 댈 수록 더 많은 천둥소리가 공간을 메우는 것처럼 사람들의 일상적 정보가 모이고 모여 만들어지는 거대한 디지털 사회를 은유하는 작품이다. 정보는 특별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내가 간 식당에서 결제하고, 퇴근길 버스 카드를 찍는 우리의 일상적 행위를 뜻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며 퍼져나가고 모아지는 정보를 태풍이 형성되는 것에 비유해 점차 거대한 힘을 발휘하며 때로는 혁신을, 때로는 혼란을 야기하는 우리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의 또다른 신작 'No more 9 to 6' 또한 디지털 시대의 이면을 보여준다. 근무 시간을 빗대어 평범한 직장인을 뜻하는 '9 to 6'가 디지털 시대에서는 더이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메시지를 전한다. 거울방에 관람객이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워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많은 빛들이 쏟아지고 깜빡이며 눈을 괴롭힌다. 기술이 노동과 여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현실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며 퇴근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우리가 '여가'라고 생각하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는 자발적으로 잠을 반납하면서까지 이뤄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디지털 시대에 따라 우리의 생체리듬이 변화하고 있음을 조명한 것이다.

3전시실을 나와 4전시실에서 펼쳐지는 그의 신작 '아나스타시스 생존기' 또한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작가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VR 게임 작품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탐험하며 게임 속 단서를 모아 새 지구인 아나스타시스로 이동해야하는 내용이다. 게임을 통해 관람객은 '인류와 지구는 지속 가능한 공존이 가능한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몰입형 전시장 가득 채워지는 게임 화면은 내가 게임에 들어온 캐릭터로 느껴지게 만든다.

임용현 작가는 "미디어의 양면성을 시작으로 미디어와 다양한 존재 간의 관계에 대해 다뤄오다 자연스럽게 자본세 이후의 세상을 상상하게 됐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 등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시대에 대한 상상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미디어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외부 심사위원을 꾸려 선정된 임용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로 관람은 오는 6월 15일까지 가능하다.

한편 임용현 작가는 광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영국 런던대학교 첼시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취득했다. 주로 미디어를 매체 삼아 다양한 예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