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동시대 회화로의 수묵 고민합니다"

입력 2025.09.25 17:00 김혜진 기자
[시립미술관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전 이철량 '시정유묵' 11월 9일까지]
수묵 현대화 실험 초기작부터
주제 탐구 작업으로 변화 거쳐
다양한 재료 시도한 근작까지
현대 미학 추구한 세계 '눈길'
시립미술관이 허백련미술상 수상작전 이철량 초대 '시정유묵, 지금-여기'를 지난 18일 오픈, 11월 9일까지 열린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요즘 특히 고민하는 것이 우리 수묵화가 동시대 회화로서 스텝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가 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표현 방법 등을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25일 만난 이철량 작가는 최근 작업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해 허백련미술상 본상을 수상, 이를 기념하는 전시 '시정유묵(市精幽墨), 지금-여기'를 시립미술관에서 지난 25일부터 갖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총 53점의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로 이뤄졌다. 한국미술사 최초의 미술운동으로 기록된 수묵운동을 펼쳐온 그의 고민이 담긴 작품들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표현, 생각 등이 인상깊다.

전시 가장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 '무제' 두 점은 그의 평생 작업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그가 대학원 시절 수묵의 전통성, 현대성을 고민한 흔적을 안고 있다. 하나의 '무제'는 먹과 재료를 실험한, 또 하나의 '무제'는 소재를 실험한 작품이다.

그는 "당시만 해도 상상 속 풍경인 관념 산수 등을 다루던 시절이었는데 내가 경험하고 보는 것을 먹으로 그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그린 것이 플라타너스 나무이다"며 "앞서 그린 무제는 '먹으로 추상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양한 표현을 위해 파라핀을 사용, 재료적으로 실험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철량 작 '언덕'

그의 이어진 '언덕' 작업에도 그의 실험 의지가 담겼다. '언덕'작업은 '동아미술상' 수상작으로 그를 화단에 센세이션하게 데뷔시킴과 동시에 서울미술관의 '문제작가전'에 걸리며 화단의 주목을 이끈 작품이다. '동아미술상' 수상작은 점으로 풍경을 그렸다면 '문제작가전' 전시작은 한 획 한 획으로 풍경을 담아냈다. 인정 받은 수상작의 풍을 유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그는 "점으로 그려 상을 받았다면 이제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수묵의 표현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하던 그는 1980년대 중반, 주제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변화했다. 1980년대 광주 5월 등 민주화 열망 속 아픔과 사회 현상 속 비극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신시' 작업은 이념과 대립, 사회갈등 속 다양한 생명체, 인간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이철량 작 '도시'

2007년 들어서는 도시를 주제로 한 '도시'작업을 펼쳤다. 어느날 익숙하게 보이던 건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생기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 그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도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작가는 "도시라는 것을 건조하고 인공적인 하나의 구조로만 생각하다 도시 속 건물, 공간 등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과정을 보다 보니 도시도 하나의 자연처럼 생명력이 있는 거대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안에는 사람들이 담겼는데, 도시와 우리 인간을 함께 살아가는 유기적 관계의 생명체로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부터는 '또 다른 자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초묵을 사용한 '도시' 작업 때와는 달리 옅은 묵으로 작가 내면 속 또 다른 풍경을 담아낸 작업이다. 현대의 수묵을 실험한 그의 근작 또한 다양한 시도가 담겨 있다. 먹만 사용하지 않고 아크릴, 젯소 등을 사용하며 변화를 줬다.

시립미술관은 허백련미술상 수상작가전 이철량 초대 '시정유묵, 지금-여기'를 오는 11월 9일까지 연다. 사진은 전시 모습. 김혜진기자 hj@mdilbo.com

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이철량 작가는 한국 수묵 운동의 기수로 동양화 지필묵 기법을 강조하면서도 현대적 미학을 추구한 작가이다"며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교육자로서도 역할하는 등 한국 미술계에 크게 기여했온 점이 인정돼 지난해 허백련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9일까지.

한편 이철량 작가는 전북 순창 출생으로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 동아미술상, 2010 월간미술시대 한국미술작가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1985년부터 2017년까지 전북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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