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섬과 같은 곳' 아픔 연대하며 치유한다

입력 2025.10.01 14:00 김혜진 기자
우토로아트페스티벌2025 日 현지서 오는 10일~내달 10일
우토로평화기념관·동지대 등서
전시·대공연·국제 심포지엄 등
홍성담·김원중 등 지역예술인
상처 속 피어나는 희망 이야기
기슬기 작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일본 교토역에서 열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우토로 마을. 태평양 전쟁 당시 군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강제 동원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후에 남겨지며 만들어진 마을로 현재까지도 재일 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 마을은 재일 동포들을 향한 멸시와 핍박을 상징한다. 전후 수십 년 동안 강제 퇴거 소송과 생존권 투쟁을 이어온 곳이며, 21세기 들어서도 혐한 정서를 바탕으로 한 방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그 상징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이러한 마을의 역사와 현재 진행 중인 재일 한국·조선인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아 세계 무대에 우토로를 소개하는 페스티벌 준비가 한창이다. 그 가운데에는 평화와 인권의 도시 광주 예술가들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우토로아트페스티벌 2025가 오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일본 우토로 평화기념관과 도시샤대학(동지대), 괴테 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에서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은 광주에서 다양한 기획을 펼쳐온 유재현 독일Art5예술협회 총괄디렉터가 총예술감독을, 양림동의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의 정현주 대표가 수석큐레이터를 맡아 기획·진행된다.

행사는 크게 전시와 공연, 국제학술심포지엄으로 구성됐다.

생명평화미술행동 작 '피어라! 민들레'

전시는 우토로평화기념관과 도시샤대학을 무대로 펼쳐진다. 전세계에서 온 총 12팀의 동시대 예술가들이 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홍성담 작가를 필두로 한 5인의 작가팀 생명평화미술행동은 재일동포이주사를 형상화한 걸개그림 연작 '피어라! 민들레' 2점을 우토로평화기념관과 도시샤대학에 설치, 전시한다. 재일코리안 3세 하전남은 한지와 화지로 만든 집, 이불, 병풍을 설치해 어제와 오늘이 근소한 차이로 공존하는 재일동포의 삶을 보여준다.

테루야 유켄 작 '먼 곳에서 온 퍼레이드'

테루야 유켄은 매년 오키나와 섬의 전면 비무장화 기념일에 열리는 '땅 통일 축제'의 퍼레이드 장면을 패턴화한 기모노를 선보인다. 전후 미군의 군사점령에 맞선 오키나와의 역사적 저항의 경험을 보여주는 것. 후지이 히카루는 냉전 시대의 미디어를 재검토하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기억을 조직하고 망각을 통치하는 권력 장치였음을 드러낸다. 기슬기 작가는 도시샤대학을 다녔던 시인 윤동주를 중심으로 전쟁이 무엇을 앗아 갔는 지 비유적으로 이야기한다.

11일 열리는 대공연은 도시샤대학에서 열린다. 재일 동포 3세로 재일동포들에게 가장 존경 받는 김학천 선생을 비롯해 광주의 김원중, 일본의 조선학교학생 등 100여명 9팀이 무대에 오른다.

이 공연에서 가수 김원중은 '바위섬' '엄마 안보고 싶었어?' '직녀에게'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등 4곡을 선사한다. 김씨는 "많은 고민을 해서 선곡했는데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입장에서 공통점이 무엇일까, 서로 어루어만져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가 생각했다"며 "광주가 1980년 이후로 섬 같은 느낌으로 늘 외로움을 간직하고 살았던 지역인데 우토로도 일본에서 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는 외로운 곳처럼 느껴져 '바위섬'이란 곡을 넣게 됐고, 그런 공통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곡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내달 2일 도시샤대학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 심포지엄 '우토로에서 본 세계'는 우토로 주민으로부터 출발해 세계 각지의 이주와 공생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도시샤대학의 이타가키 류타의 사회로 언론인 나카무라 일성, 리츠메이칸대학 손카타다 아키, 구량옥 변호사, 도시샤대학 모리 치카코가 발제한다.

후지이 히카루 작 '재를 읽다'

유재현 예술감독은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2022년 우토로에 방문했을 때 일본의 활동가와 예술가가 함께 행사를 만들어보자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정치·사회적 도움보다 예술적 시도를 통해 우토로 마을에 대한 일본 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현지 시민, 청년 등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자리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토로는 디아스포라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이 페스티벌을 고려인 마을이 있는 광주로도 확장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은 우토로 아트페스티벌 202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우토로평화기념관, 교토코리아학컨소시엄, 도시샤코리아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다. 또 괴테인스티투트 빌라카모가와, 광주문화재단, 바보의나눔,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문화체육관광부,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사무소, 코리아 유라시아 로드 런, 독일Art5예술협회,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지구촌동포연대, 시민자유대학 등이 협력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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