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상자 방정아 초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43점
주변 이야기로 현실 담아와
수상 계기로 오지호 리서치
'그 자두나무' 등 결과물로

"예술가로서도 정말 멋진 분이지만 또 치열한 삶을 사셨던 오지호 선생님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입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2024 오지호미술상 수상작가전 '묻다, 묻다'를 열고 있는 지난해 수상자 방정아 작가는 수상에 대한 소감을 27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전시는 방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그린 1991년 작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구로공단의 여성들'부터 오지호 선생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제작한 신작 '그 자두나무'까지 총 43점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운다.
전시는 '사회' '여성' '생태' '일상' 등 총 4개 섹션으로 나뉘었다. 4개의 섹션명은 거대 서사보다는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담아온 그의 작품 특징이기도 하다. 구로공단에서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나와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 근로자들의 하품하는 모습, 가정 폭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알몸이 부끄러워 사람이 없는 폐장 시간에 목욕탕에 간 여성, 도시화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이 획일적인 모습의 공원으로 변화한 1970년대 시대상, 재개발로 인해 골목골목의 주택이 허물어진 1990년대 일상 등이 그렇다.
최근에는 캔버스 대신 천을 덧대 작업하는 것을 추구하는 그이다. 틀에 맞춘 커다란 크기의 캔버스는 전시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 등에서 탄소배출이 심각해 보다 자유로운 형태의 천에 작업하며 주변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최근 작품은 오지호 선생을 리서치한 후 담아낸 '2024 오지호미술상신작 프로젝트'의 작업물들이다. 영상 작품 '묻다, 묻다'와 회화작 '손'과 '그 자두나무'. 이 리서치는 수상자 특전으로 주어진 창작 활동비 1천만원으로 이뤄졌다. 부산 출신으로, 화가였던 어머니가 소장하고 있는 화집에서 오지호 선생을 알게 된 것이 전부였다던 작가가 오 선생을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에 갑작스레 갖게된 프로젝트이다.
방 작가는 "화집에서 본 선생님의 작품은 정말 낭만주의적인 그림이었고 필치가 독보적이라 격조 있다고 느꼈다"며 "그러나 내가 아는 오지호는 그것이 전부였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노주일 작가가 오 선생님에 대한 내용을 여러 논문에서 발췌해 모아서 보내줬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작가는 광주를 찾아 지산동 오지호가와 전일빌딩245, 옛 전남도청 일대 등을 답사했으며 오 선생의 손녀딸인 오수경 작가가 강연하는 '오지호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강의를 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화순 동복의 오지호 생가, 광양 백운산 일대, 지리산 등을 돌아봤다.
'그 자두나무'는 동복의 오지호 생가에 방문해 보게 된 자두나무로부터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작가는 "동복 생가 뒷뜰에 엄청 큰, 세상에서 가장 크지 않을까 할 정도로 큰 자두나무가 있었는데 열매도 참 달고 맛있었다. 그 자두나무가 너무 인상 깊어서 이걸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그러다 오 선생님이 부산에 머물면서 우장춘 박사와 지적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교류가 있었던 금강식물원을 배경으로 자두나무를 그리게 됐다. 부산에 사는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고 웃어보였다.

오 선생의 그림 그리는 손을 표현한 '손'은 영상작품 '묻다, 묻다'와 연결된다. '묻다, 묻다'는 해방기 이념 대립 속 백운산에 입산해 시대현실을 마주한 그의 당시 모습에 대한 증언을 담은 논문을 참고해 만든 작품이다. 그 시절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꾸준히 스케치를 하던 오 선생이 그때 작품을 산에 묻어두고 내려왔다는 증언으로,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그가 산에 묻어 두고 내려온 것은 그림뿐이었는지, 예술가는 시대와 어떻게 마주해야하는지를 묻는다. 이 영상 속에서 작가가 땅 속에 묻은 그림이 이번 전시의 '손'이기도 하다.

방 작가는 "3박 4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알차고 뜨겁게 여름을 보낸 것 같다"며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오지호 선생님의 삶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며 나 또한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나의 작업에 대한 태도나 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수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시립미술관 5, 6 전시실.

한편 방정아는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민중미술 2세대로 민중의 삶, 생태, 일상 이야기 등을 그려온 인물로 현실을 화폭에 담아온 인물이다.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자연, 일상, 개인 서사를 통해 시대 이야기를 투영해 온 점 등이 높이 평가돼 지난해 오지호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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