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한옥'
꼬막·왕겨 등 지역 자연 재료
이용해 공폐가 개보수 '눈길'
'에어폴리'
해조류 활용 플라스틱·비닐 등
생분해 소재로 건축 개념 전환
삶의 온기가 피어나던 동명동의 한 골목은 이제 인적이 드문 거리가 됐다. 많은 이들이 신도심으로 옮겨가며 활기마저 잃게 된 것인데 자연스레 골목에는 공폐가가 한 두 채씩 생기기 시작했다. 1960년대 생긴, 209-106번지 집 또한 그랬다. 한때는 일상의 터전이었으나 밥 짓는 냄새가 사라진. 허물어지고 새로운 주거 형태의 공간이 생기지 않는 이상 활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싶었던 이 폐가에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시도가 덧입혀졌다. 이곳을 찾은 프랑스와 벨기에, 영국의 낯선 이들이 모여든 것.
이들은 집을 이리 저리 살피고는 많은 이들의 온기가 더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간 개보수는 진행하되 친환경적이고 순환경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광주와 전남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연물을 활용하기 위해 지역 곳곳을 뛰어다닌 이들은 굴과 꼬막 껍데기, 미역과 다시마, 볏짚과 왕겨, 철거 현장의 흙과 돌 등을 건축 재료로 새로이 사용하게 됐다.
전에 없던 소재이기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집요한 연구와 많은 시간, 노력 등이 필요했다. 벽돌 실험체는 강도 문제를 맞닥뜨리기도, 벽돌과 유약 생산 과정에서는 예상 외의 문제들을 만나기도 하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같은 문제는 지역 대학과 관련 업체 등이 도움을 주며 해결에 손을 보탰다. 집 구조, 지붕 단열 등에는 도편수,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 하며 한옥의 특성, 현장 이슈 등이 새로운 소재와 합이 맞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 집에는 '이코 한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광주비엔날레 다섯번째 광주폴리 프로젝트 중 하나다.
아직 큰 그림만 완성된 상태인 '이코 한옥'은 이달 말께 시민 프로그램을 거쳐 완성될 예정이다. 창호 워크숍, 한지 조명 워크숍을 갖고 내부를 완성할 예정이며 문간채를 허물고 넓힌 마당은 시민과 함께 한 조경 워크숍으로 아름다워진다. 앞으로 이 집은 동네의 열린 마당으로, 열린 쉼터로 역할하며 온기를 입을 예정이다.
이 집과 멀지 않은 곳에는 해조류를 이용한 다양한 제안이 펼쳐지는 다섯번째 광주폴리 프로젝트의 또다른 작품이 새로이 설치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로비에 설치된 '에어 폴리'다.
'에어 폴리'는 기존의 조형물, 건축의 개념이 항구적이었다면 존재했다 다시 자연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새로운 건축 개념을 제시하는 폴리다. 플라스틱이나 철 등으로 만든 구조물은 영원히 지속된다고 생각하지만 쓰임을 잃으면 이 구조물은 또다른 골칫거리가 된다. 이같은 문제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 '에어 폴리'로 사용 연한 사이 쓰임을 다하면 사라지게 된다.
'에어 폴리'는 고흥에서 순환 재료를 찾았다. 미역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딱딱한 줄기 등이 버려지며 또다른 해양쓰레기가 되는 것에 주목했다. 고흥은 우리나라 미역의 70%가 채집되고 양식되는 지역으로 재료 수급에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에어 폴리'를 만든 바래팀은 해조류를 활용해 비닐과 필름, 플라스틱, 원단을 연구 끝에 생산해냈다. 이같은 재료는 가구나 공간을 만드는 부표, 공기구조체, 의류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이 재료의 활용을 보여주는 것이 '에어 폴리'다.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 이동형, 가변형 파빌리온을 통해 바래팀은 '에어 폴리'의 다양한 쓰임과 다양한 장소에서의 적합성을 설명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에서의 역할을 마친 후 '에어 폴리'는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 또다른 역할을 할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기후위기라는 현시대 문제를 반영한 이번 5차 폴리가 완성되는 대로 광주폴리의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5차 폴리는 '숨쉬는 폴리' '에어폴리'는 완성됐으며 '이코 한옥'은 이달 말, '옻칠 집'은 8월께 완성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5차 폴리 연계 시민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18일 '순환 폴리 집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광주비엔날레 재단 홈페이지 참고.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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