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부터 행성 지구까지
세계가 공생하는 모습 초점
환경·생태 작업 작가들 선봬
도시와 습지 관계 주목 신작
소리꾼 이날치 협업한 작업도
제 15회 광주비엔날레가 50일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핵심주제를 드러내는 작품을 추천한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오는 9월 7일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란 제목으로 열린다. 이번 주제는 개인 거주지부터 행성 지구까지 우리 주위의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생명체 등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중에서도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이 지구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지질시대를 가르키는 인류세는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다.
니콜라부리오 예술감독은 "동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인 환경, 생태 등에 대해 작업해 온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핵심주제를 드러내는 9개의 작품을 추천한다.
◆박미미(Mimi Park)
박미미는 각각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설치작품을 통해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세계가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련 없는 요소들의 연결 지점을 이해하면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하나의 회로처럼 이어져 있다. 주변에 있는 소품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은 가볍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하나의 소우주가 완성되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조세파 응잠(Josefa Ntjam)
조각, 포토몽타주, 영화, 사운드를 결합한 작업을 하는 조세파 응잠은 웹과 자연과학 서적, 사진 아카이브 등에서 자료를 수집한 후 이를 재조합한 작품으로 다양한 기원, 정체성, 인종을 품은 거대 헤게모니를 해체한다. 우주에서 내려온, 바다를 낳는 생물 발광 유기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속 내레이션은 과학과 미학 사이의 경계와 그 서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현대 공간에 대한 신화와 유토피아에 대해 질문한다.
◆비앙카 봉디(Bianca Bondi)
바닷물을 이용한 화학 반응을 이용해 일상적인 사물과 장면에 생소함을 부여하는 비앙카 봉디의 작업은 시각을 넘어서는 경험을 촉진한다. 따로 떨어진 사물들이 기묘한 액체와 하얀 소금 언덕으로 둘러싸여 연결되는 장면은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 상호 연결성, 덧없는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주제로 이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는 생태학과 오컬트 과학을 결합해 사물의 아우라를 발견하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카트야 노비츠코바(Katja Novitskova)
노비츠코바의 작품은 생물학과 인간의 진화에 주된 관심을 두고 있다. 과학 플랫폼에서 다양한 데이터의 이미지를 GIF로 조합한 작품은 야생동물의 사진, 천문학, 달팽이 배아, 원숭이 혈액 세포 등이 빠르게 교체되는데 이러한 이미지의 과잉에도 시적인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AI 알고리즘을 훈련하기 위해 이미지를 분류하는 시스템을 고안했고 픽셀화된 매트릭스에서 생물을 인식하고 이름을 지정하게 했다. 작가는 이미지의 논리와 바이러스, 기계와 사람, 이미지의 과잉과 유의미한 이미지 사이에 숙고를 권한다.
◆야콥 K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
비디오 게임, 가상 현실, 사운드 설치 및 몰입형 환경을 통해 환경과의 관계를 파괴하고 재구성하는 시적인 생태학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스틴센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신작 'Berl-Berl'을 선보인다.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도시는 습지 위에 혹은 습지 주변에서 건설됐지만, 습지는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 측면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작가는 늪을 주인공으로 두고 현대 도심 건설의 핵심이자 기반인 습지에 경의를 표한다.
◆사디아 미르자(Saadia Mirza)
사디아 미르자는 조경학, 지도학, 일반 과학 및 기술, 사운드 이미지 매핑을 활용해 빙하학자와 함께 남극의 빙하 충돌 소리를 연구하는 프로젝트 'Iceberg Collisions'를 선보인다. 빙하학자의 지진 데이터 속 빙산 아래 깊은 곳에서 발생한 균열에 의해 빙하가 미끄러지고 진동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B15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의 분화를 재현한 공간 음향 설치 작품은 지구의 풍경에 대한 기록이며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로 새로운 숭고함을 형성한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슈나이더는 생물 다양성과 역동성이 담긴 풍경으로 우리 시대의 다양한 장면을 구현한다. 익숙한 사물과 폐기물들, 얼어붙은 산호초를 나란히 설치해 인류세의 새로운 꽃과 동물, 생물을 위한 대안 생태계를 보여준다. 쓰임을 다한 물건들은 슈나이더가 형성한 자연으로 작품마다 다른 순간들을 보여주고, 작가의 상상으로 살아난 장면들은 세상의 파괴와 혼란스러움을 품고 또 다른 생명의 지대가 된다.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위모는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미래 세계를 관통하는 오래된 것을 발굴한다. 소리, 조각,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이 아닌 종의 멸종이나 멸종된 풍경이 남긴 공백을 채운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위모는 판소리라는 주제에 맞게 북을 설치 작품의 중심 요소로 두고, 소리꾼 이날치와의 협업으로 소멸한 판소리를 복원한다. 설치 작품 중심에는 유령 같은 형태의 '잠재된 기억의 보유자'가 서 있는데 이는 한복에서 영감을 받았다. 의상은 박테리아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특이한 형태의 생물 퇴적층인 스트로마톨라이트로 만들어졌다.
◆이예인(Yein Lee)
1980년대 후반 기술 산업이 급부상하던 시기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작가는 결함이 있는 것들은 빠르게 교체되는 사회에서 성장했다. 그의 작업에서 재활용이 등장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그는 주로 컴퓨터 화면이나 자동차 부품 등 버려진 제품에 전기 케이블, 접착제, 에폭시 퍼티 등을 결합해 독특한 조형물을 만든다. 'System of In-between State' 시리즈는 혼종성과 취약성을 상징하는 여러 신체 조각이 어우러져 사이보그적 형태를 띤다. 인간과 기술 구조를 결합한 이 조형물은 새로운 형태로 살아날 지, 아니면 쇠퇴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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