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치러지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에 열린다. 80년 5월 광주의 상흔을 문화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시작된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서구를 중심으로 이어져 오던 미술 담론에 새로운 획을 그으며 국제적 행사로 발돋움했다. 30년 광주비엔날레의 의미와 앞으로의 30년, 그리고 30돌을 맞은 올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이야기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게 들어봤다.
◆광주정신·담론생성…서른해의 의미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다. 그 의미는.
▲1994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그동안 동시대 전위적인 시각 예술 플랫폼으로서 현대미술 담론을 생산하고, 창설 배경인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지구촌 공동체에 발신해 오고 있다. 1995년 제1회 대회는 163만 명이 다녀가면서 대한민국에서는 낯선 개념인 현대미술축제 비엔날레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광주비엔날레는 도시 인프라가 취약한 상황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문화예술로 승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역적 열망의 결과물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단지 지역 미술제가 아니라 지역의 고유성을 기반으로 세계적 보편성을 담은 국제 현대미술제로서, 세계적 예술감독과 작가들의 참여 아래 세계적 권위의 비엔날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한 광주시민과 지역 미술인 모두 광주비엔날레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했기에 단시간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미술 전시회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창설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를 앞두고 현지에 오픈했다. 현지 반응이 궁금하다.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조망하고 민주, 인권, 공동체 정 신의 열린 담론을 제안하는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을 베니스 현지에서 4월 18일 오픈했다. 이 전시는 11월 24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아카이브 특별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 (Madang-Where We Become Us) 은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 공동체와 함께 깊게 나누고 공감하는 장이다.
전시 제목인 '마당'은 한국어로 '으뜸이 되는 공간이자 소통의 공간', 공동체의 공간이라는 뜻이다. 광주비엔날레가 30년 역사 동안 시각 예술을 통해 인류 사회 담론의 장이자 다양한 화두가 발화되는 장으로서 '마당' 역할을 수행했듯이 이번 전시 또한 현지에서 또 다른 '마당'이 되고 있다.
개막식에는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인 세실리아 알레 마니(Cecilia Alemani)를 비롯해서 세계 각국 미술계 관계자들이 참석, 전시를 관람하며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가치, 지향점을 인식하고 공감했다.
한국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의 인턴십 프로그램도 전시 기간 동안 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광주정신을 나누고 공감하며 연대하는 장이 되고 있다.
◆존재 이유 보여주는 30주년으로
-창설 30주년인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할 것 같다.
▲창설 30년 해에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예술감독 선임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5월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자마자 비엔날레의 본질인 동시대 담론을 형성하고 미술사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지속적으로 상호 협력 아래 치밀한 계획을 거쳐 현재 실행 막바지 단계에 있다.
전시 기획과 개념을 더욱 탄탄하게 구조화하기 위해 일종의 예고편인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Learning from Pansori)를 공개, 올해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9월 6일 개막식에서는 소설가 한강 작가의 글을 기반으로 한 참여 작가들의 새로운 형식의 실험적인 개막 공연을 선보이며, 학술 심포지엄도 9월 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다. 사전 영상, 전시, 공연, 심포지엄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 다시 한번 비엔날레의 본질을 되짚어 보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본전시와 공명하면서도 다양한 예술의 창의적 주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미술·문화기관 네트워크의 장을 목표로 운영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지난 2018년 3개 기관의 참여로 시작해 2023년에는 9개로 증가했으며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31개로 확장됐다. 특히 각 파빌리온들은 전시 기획에 맞게 광주지역의 미술관, 갤러리, 문화기 관을 비롯해 광주 지역민들의 일상적인 장소, 광주의 역사를 안고 있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 5·18기념문화센터 등지에서 펼쳐지면서 광주 전역을 문화예술 현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나아가 잠깐 중단됐던 국제적 수준의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광주비엔날레의 미술계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국제큐레이터코스'를 재개하는 것도 국제 미술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15회 광주비엔날레를 어떤 비엔날레로 만들고 싶은가.
▲요즘 비엔날레를 보면 권태롭다는 느낌이 있다. 비슷한 주제나 회고적인 전시가 많고 전시 기법도 비슷하다. 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비엔날레다운 비엔날레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엔날레의 존재 이유는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술이 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비엔날레사의 변곡점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광주비엔날레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나.
▲광주비엔날레는 매 대회 동시대에 담론을 발신해 왔다. 수백 년간 지속되어 온 서구 중심의 미술 담론에 균열을 일으켜 왔다. 이는 광주비엔날레의 존재 이유이자 차별점이며, 한국과 아시아가 지구촌 공동체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적 고민을 새로운 시각에서 창출해 내고 이를 전시로 구현할 획기적인 예술감독과 큐레이터, 작가들의 발굴이 필요하다. 여기에 광주비엔날레의 존재 그리고 성패가 달려 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는 국제 비엔날레지만 소재 지역인 광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터전인 광주는 광주비엔날레의 영원한 소재요, 주제며, 비전이 돼야 한다. 광주를 바탕으로 세계를 함께 아우르는 국제 비엔날레로 만들어 가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 시민에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고 이제는 세계적 위상을 가진 행사가 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민에 다가가야 한다. 현대미술이 난해하지만 더 많은 홍보와 접근, 변화를 통해 시민과 가까운 전시가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양광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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