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판소리처럼··· 변방의 목소리 담다

입력 2024.09.08 17:18 김혜진 기자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비인간·생태·여성 키워드로
현대사회에 메시지 확산
신시아 마르셀 작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은 판소리를 은유로 변방의 목소리를 담는다. 판소리가 조선시대 때 피지배 계급이 지배 계급과 사회 현상에 대해 속 시원하게 목소리를 냈던 하나의 장이었던 것처럼.

이번 광주비엔날레가 확산하는 소외된 목소리와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다.

◆인간 이외의 존재

인간이 마치 지구의 주인인 양 인간 편의와 탐욕을 위한 오늘날, 인류 바깥의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조세파 응잠의 '미세아쿠아 비테(수생진균 생물)'은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이야기를, 마르게리트 위모의 '휘젓다'는 지구상 모든 생명의 기원을, 미미 박의 '발광하는 우리'는 각각의 존재가 하나의 소우주를 생성함을 담는다.

이 중에서 마르게리트 위모의 '휘젓다'는 이날치 밴드 전 멤버인 송희와 협업해 목소리와 드럼이 어우러지는 실험적 판소리를 들려준다.

◆생태

전 지구의 다양한 생태와 마주하는 작품들도 관객들을 만난다.

카트야 노비츠코바의 '활성화 패턴(은하수의 정원)'은 전 세계의 숲과 사바나, 사막에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다양한 생태 속 야생동물을 담아냈다. 야콥 쿠즈크 스틴센은 '베를-베를'을 통해 현대 도심을 건설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는 존재이지만 주목 받지 못하는 습지를 소개한다.

사디아 미르자는 남극 빙하 충돌 소리를 연구하는 '빙산 충돌'을 통해 대자연의 변화와 소멸을 다루며 권혜원은 '포털의 동굴'을 통해 음향 탐사 도구를 통해 채집한 소리를 기반으로 제주도 서부 용암 동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르게리트 위모 작 '휘젓다'

◆여성 그리고 저항

기존 규범에 저항하거나 소통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대거 설치됐다.

신시아 마르셀의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는 우리 일상의 공간이 폐허가 된 모습을 보여주며 근본적 사회 구조를 발굴하고 이를 교란시킨다. 나 미라의 '수궁가'는 미군기지를 통해 식민지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담아냈으며 도라 부도르는 '수동적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쉬는 곳으로 인식되는 레저 장소는 사실 감시와 시각 자본주의의를 위장하는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예인은 연작 '사이-상태 시스템'을 통해 기술과 현대 사회의 모호한 관계, 쉽게 버리고 교체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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