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작 112점 중 107점 선봬
도자 캔버스로 자유로운 변형
직접 스케치한 포스터도 전시

지난 2021년 故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그가 오랜 시간 모아온 컬렉션을 기증하자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작품의 수도 수지만 거장들의 명작이 즐비했기 때문. 특히 르누아르, 모네, 샤갈, 고갱, 달리, 피카소 등 해외 큰 규모의 미술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해외 거장들의 작품들도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그 중 피카소는 입체주의 선구자이자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독특한 도예작품을 선보이며 실용적으로 쓰였던 도자를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이건희 컬렉션 또한 많은 수의 피카소 도자 작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는 자리가 광주에 마련된다. 그동안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수도권 집중으로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지역민들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함께 오는 16일부터 9월 29일까지 ACC 복합전시 4관에서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전시를 개최한다. ACC는 첫날 오후 2시 개막식을 갖고, 오후 4시부터 피카소 도예 작품을 시민에게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이은 두 번째 순회 전시로,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한 콘텐츠를 보다 많은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 ACC와 MMCA가 함께 마련했다.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카소 도예 작품은 지난 2021년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피카소 도자 작품 112점 중 107점이다.

입체주의의 선구자이며 현대미술의 대가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과 판화, 도예, 무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은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지난 1881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출생한 피카소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전에서 수상할 정도로 미술에 천재적인 역량을 보여주며 청색시대(1901~1904년)와 장밋빛 시대(1904~1906년)를 거쳐 본인만의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는 입체주의(1907~1916년)를 선도했다.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1946년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의 도자 연례전을 방문해 그곳에서 마주한 도자의 조형성에 크게 매료돼 3천여점의 도자 작품을 제작했다.
4차원의 시공간 개념을 2차원의 캔버스에 표현했던 피카소의 입체주의 회화는 도자의 조형성을 만나 더욱 다층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됐다. 피카소는 도자 자체를 캔버스로 여기고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시키면서 작품을 제작했는데 당시 실용적인 목적만을 위해 생산됐던 도자가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도예 작품 107점 외에도 피카소가 직접 스케치 한 포스터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관람 후에는 주어진 질문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작품에 대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용자 중심의 관람 환경도 연출했한다.
ACC는 또 환경·사회·투명 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모듈형 벽체를 활용해 제작, 폐자재를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강현 전당장은 "'피카소 도예전'은 지역민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우수한 콘텐츠를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라며 "현대미술과 도자의 관계를 이해하고, 또 독특한 조형미와 예술성을 갖춘 피카소 도예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