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170석·현장 30석 등 200석 매진
전쟁과 평화 갈망하는 화풍 드러나
흑백필름 속 독특한 작품세계 '압권'
유명 미술사학자 양정무 교수 설명
피카소 도예전 연계…9월 29일까지
"피카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그린 영화 상영회를 한다고 해서 방문했어요."
퍼즐 맞추기를 하듯 본인만의 독특한 화풍을 제시한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애호가들로 인해 200석의 객석이 가득찼다. 20대로 보이는 학생들부터 60~70대, 외국인까지 연령과 인종을 뛰어넘는 많은 이들이 특별상영회에 함께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는 지난 11일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양정무 교수와 함께하는 '피카소를 만나다' 특별상영회'를 열었다. 이번 상영회는 지난 7월 16일부터 전시 중인 피카소 도예 전시와 연계돼 진행됐다.
상영회 시작 20분 전부터 한 명, 한 명씩 입장하던 극장은 시작 시간인 오후 6시에 가까워지자 어느덧 관객석이 모두 가득했다. 이번 영화는 지난 1954년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치아노 엠메르(Luciano Emmer)가 제작한 '피카소를 만나다' 흑백 다큐 영화로, 피카소가 도자를 제작하고 드로잉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고 이탈리아어 내레이션과 함께 한글 자막이 흘러나오자 200명의 관객들은 숨소리 조차 내지 않고 영화에 몰입했다. 40분 분량의 이번 영화는 철저한 관찰자 시점에서 현대미술의 천재라고 불리던 피카소의 몸짓과 표정을 통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실험정신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피카소의 목소리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그가 그림과 도자 예술을 통해 어떤 것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내레이션과 자막 표출로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됐다.
특히 루치아노 엠메르 감독이 그의 대표작인 '게르니카'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뒤 클로즈업하며 부분적으로 세밀하게 설명해주는 장면에서는 200명의 관객들이 그저 감탄사로만 극장을 가득 메웠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2부에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흐와 마네, 피카소 등 세계적인 화가의 화풍을 쉽게 설명해주며 미술사학계의 '아이돌'급 인기를 얻고 있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교수와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양 교수는 피카소의 생애와 화풍의 4단계 변화, 그의 도자 작품에 담긴 미학적 가치와 미술사적 의의에 대한 생각을 전달했다. 피카소의 생애 주기별 화풍이 변화하는 점, 피카소가 입체주의 화풍으로 다소 난해한 예술세계를 선보이지만 현실에 기반한 그림이었다는 점, 그가 도자 작품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알기 쉽게 전달하며 위트있게 강연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관객과의 질문에서는 피카소와 한국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전쟁을 모티브로 한 그의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작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관객들과 양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피카소가 1951년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기 위해 그린 '게르니카'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반전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그림이다. 피카소는 고야(Francisco de Goya)의 '1808년 5월 3일(1814)'과 마네(Edouard Manet)의 '막시밀리안의 처형(1867)'에 나타난 작품 구도를 참조했다.
20대 관람객은 "피카소 도예전을 먼저 관람했는데 간단하게 글로만 적힌 설명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피카소의 예술세계에 한층 더 다가간 듯한 느낌이었다. 도예전을 다시 보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피카소를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16일에 개막한 '피카소 도예' 전시는 개막 47일인 8월 31일 기준 6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4관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지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107점을 만나볼 수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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